카페 느와르(Cafe Noir, 2009) by 고도


일단 신하균이 나온다는 것에서부터 믿고 보게 되는 영화는 제목부터가 인상적이다. 카페와 느와르의 조합을 과연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우선 영화 속 이야기에 한정해서 카페 하면 누벨바그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느와르 하면 축축하게 내리는 비와 어둑어둑한 밤거리가 먼저 떠오른다. 요즘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제목이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밤의 카페, 비오는 거리, 어둑어둑한 밤풍경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흑백 영상과 컬러 영상이 서로 맞물려 전개되면서 더 빛을 발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성일은 이미 각본에서부터 실패했다. 여타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극악하게 많은 대사량과 배우가 걱정되리 만큼 인상적인 롱테이크는 이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면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유독 나레이션이 많은 영화는 대사의 내용조차 문학적이고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이런 문학적 허영이 가득한 대사를 제대로 소화한 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카페 느와르> 안에서는 신하균 단 한 사람 뿐이다. 낮고 안정적인 대사톤은 정성일의 문학적인 각본과 잘 맞아 떨어지는데 그가 <예의없는 것들>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나레이션을 떠올려보면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다. 여자주인공들을 비롯해 어린 배우들은 그에 훨씬 못미친다.

소설과 영화의 대사는 같은 뜻일지라도 분명히 화법이 다르다. 글로 읽었을 때의 느낌과 사람의 목소리로 들었을 때의 느낌의 차이는 생각 외로 크다. 이건 영화와 현실에서 나타나는 차이 만큼이나 큰 간극이다. 이런 작가주의적인 색채가 너무나도 짙은 각본을 쓸 정도의 능력이면 영화감독이 아니라 차라리 소설가를 하는 게 더 잘 어울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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