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오직 한 번 살고 한 번 죽습니다. 위대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를 따르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스릴있는 게임이라면 죽음을 걸고 하는 러시안 룰렛이 단연 최고일 것이다. 오갈데 없는 막장인생, 돈에 눈 먼 자들, 어쩔 수 없이 도살장에 끌려오듯 흘러들어온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생사를 걸고 크게 한 판 벌인다. 단순히 돈에 눈이 멀어 도박을 하러 온 자들이라면 돈 말고는 크게 잃을 것도 없다. 정작 삶을 잃게되는 자들은 직접 탄창을 돌려 눈 앞의 경쟁자에게 총구를 겨눈 사람들이다. 더 비참한 것은 이들은 사랑하는 이들이 불러주던 이름이 아닌 단순히 등에 쓰인 번호로 불리운다는 거다.
영화에서 인용된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삶은 한 번 뿐이고 죽음 또한 한 번 뿐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음이 눈앞에 다가와서야 삶이 단 한 번 뿐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우연이 계기가 되어 삶과 죽음이 오가는 도박장에 발을 디딘 주인공들은 우연의 게임인 러시안 룰렛을 통해 그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요행을 바랄 수도 있다. 남들보다 재빠르게 방아쇠를 당기기만 한다면.
삶과 죽음에 대한 스릴러인 만큼 이것은 인간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은 우연의 연속인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남들보다 조금만 더 운이 따라준다면, 잔머리를 써서 약간의 요행수를 쓴다면 삶 전체가 순식간에 뒤바뀌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늘 버림받은 사람들의 끝이 그렇듯 인생에 대한 이 우화도 비극이다.
살짝 시선을 틀어보자면 이 이야기는 존재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헤겔 철학에서 우리 인간의 의식은 계속해서 생성운동을 하며 앞으로 전진하기도 하고 뒤로 후퇴하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한 발짝 앞으로 걸어나가다 보면 우리는 우리가 의삭하는 대상에게서 존재의 확증을 받고자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자기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사를 건 투쟁이 필요한 것이다. 번호가 쓰인 까만 옷을 입고 상대에게 총을 겨눈 자들의 눈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네게 총을 겨누고 있고 너 또한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우리는 실존하는가?
System of a Down - Roul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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